"코로 숨을 쉬면 장수한다”는 옛 말씀은 코가 지닌 외부물질에 대한 방어작용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숨을 쉴 때는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산소뿐만 아니라 먼지, 바이러스, 세균 등에 항시 노출되어 있으나 우리 몸이 지니는 정화 작용과 면역기능이 우리 몸을 건강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산업의 발전, 늘어나는 자동차에 의한 공해 등에 의한 대기오염에 의해 생활 환경이 변하고 있고, 야외생활의 증가나 새로운 환경 물질의 증가에 의해 알레르기(알러지)성 비염이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면역학적인 항원-항체 반응중의 과민반응에 의해 일어나는 비강내 점막의 병변으로 흔히 감기(바이러스성 상기도염)나 감기후의 세균성 비염 또는 축농증과는 구별된다.
대부분의 비염은 일년에 한두번씩은 경험하는 감기와 같이 코막힘(비폐색)과 콧물(비루)이 주증상인데, 특징적인 증상은 아침 기상시에 코 안이 간지럽고(소양감), 연속되는 발작적인 재채기가 수회 있은 후, 맑은 콧물이 나면서 코가 막히는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먼지가 많은 지하차고에 들어갈 때나 청소를 할 때, 야외 활동을 할 때나 꽃가루 등에 노출되거나, 고양이나 개와 놀고 난 후 등과 같이 그 정황이 뚜렷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이러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없는 경우도 임상에서 많이 접할 수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력(부모가 모두 알레르기성 질환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소아의 경우는 약 75%에서 알레르기성 질환을 보인다), 주거환경(다세대 주택, 최근의 아파트는 폐쇄성 환기 장치), 직장을 옮기거나 직업을 바꾸는 등 특정한 환경의 변화, 알레르기 원인물질의 노출여부, 여러 가지 알레르기 증상을 함께 보이는 경우(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결막염 등)에 알레르기성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연중 증상을 나타내는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는 계절적인 변화가 뚜렷하지는 않으나 집먼지진드기의 경우 여름철이나 초가을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시행하는 검사로는 혈액내 염증세포의 하나인 호산구치, 혈청내 총 면역 글로부린E(IgE), 혈청내 특이 IgE, 비즙도말 검사법, 피부반응검사법 등이 있는데 통년성 알레르기성 비염에서 항원으로 흔한 집먼지, 집먼지진드기, 고양이 털, 개털, 바퀴벌레항원 등을 포함하여 검사를 시행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치료법은 회피요법이다. 집먼지진드기는 사람의 몸에서 탈락되는 피부의 각질(비듬)을 주식으로 살기 때문에 매우 추운 지방에서는 침구를 밖에 내놓거나 침구를 자주 온수 세척하는 방법 이외에 실내의 상대 습도를 45%, 실내온도를 20℃이하로 유지하면 진드기의 수를 줄일 수 있다. 양탄자와 소파 등의 가구류는 최소한 1주일에 한 번 이상 진공청소기로 청소를 해야 하며 오래된 인형이나 베개, 침구류는 버리도록 한다. 사용중인 베개와 침구류는 진드기가 통과하지 않도록 플라스틱커버로 씌우며 집안의 카펫이나 천으로 된 소파 등의 가구류는 모두 치운다. 만일 치우는 일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진드기 구충제를 뿌리는 방법을 고려하고 습한 계절에는 제습기를 사용하며 건조한 계절에는 자주 환기시킨다.
계절성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된 요인은 꽃가루, 잔디, 잡초로 꽃가루가 많은 계절이나 공해가 심할 때에는 출입문과 창문을 닫고 정기적으로 가습기, 공기정화기 등을 깨끗이 청소하여야 한다.
약물요법으로는 항히스타민제가 대표적인 약물로 과거와는 달리 현재 사용중인 대부분의 약제는 졸림증의 부작용이 없고 하루 1~2회 투여로 가능하나 병용투여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현재 복용중인 약제가 있거나 진단받은 질환에 대해 미리 주치의와 상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점막 수축제는 사용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약제로 특히 대부분의 약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국소용 수축제는 장기간(5~7일 이상) 사용시 비강내 부작용 뿐만 아니라 약제를 중단할 때 사용전 시기보다 더욱 증세가 심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요구되는 약제라 히겠다.
약물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환경요법이 불가능하고 특정한 소수의 항원 물질이 원인인 경우는 이른바 면역요법을 고려하게 되는데 60~80%의 환자에서 증상의 완화를 볼 수 있다.
수술적 치료는 심한 비폐색감을 줄여주기 위해 또는 알레르기성 비염에 있어 증상을 일으키는 비후된 점막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시행되는데 최근 레이저를 사용하여 비갑개의 부피를 줄여 주는 수술방법 등이 이용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치료는 국소스테로이드 제재의 비강내 분무, 부작용이 적은 약제의 개발, 면역요법, 그리고 수술적 치료의 발달에 힘입어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치료효과의 증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먼저 환자 자신의 질환이 알레르기성인지를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며 적절한 약제를 정확한 양과 투여시기, 기간을 주치의와 상담하여 결정하고, 환자 자신의 생활환경을 조절하는 의사-환자간의 긴밀한 협조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