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매년 4월 4일을 정신건강의 날로 정하고 일반인들에게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교정하기 위해 대국민 강좌를 개최해 오고 있다.
본원 정신과에서도 4월 11일 대구광역시 서구보건소와 서구정신보건센터와 공동 주관으로 공개강좌를 시행하였다. 올해는 ‘신경성 질환’에 대한 주제로 공개강좌가 진행되었다. 신경성 질환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
50대의 한 여성은 20여년전부터 시작된 소화불량과 상복부의 불쾌감을 주된 증상으로 정신과 외래를 찾아왔다. 진료실에 들어설 때부터 표정이 일그러져 있고 뭔가 불만이 많은 듯 보였다. 한참 동안을 머뭇거리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다가 5분여 지나서 점차 현재의 불편한 심기에 대해 얘기하였다.
이 여성은 이전부터 내과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 왔으나 뚜렷한 증상 호전이 없었고 수 차례에 걸친 종합 검진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어왔다고 한다. 내과 전문의로부터 신체적 이상은 없으니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라는 말을 들었으나 자신이 정신 질환자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화가 났고 차일피일 미루어 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렵게 정신과를 찾아왔다고 한다.
30여분에 걸친 심층 면담을 통해 이 여성의 신체적 장애가 그 동안의 심리적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젊은 시절, 알코올 중독자인 남편으로부터의 시달림, 자녀들의 장래 문제에 대한 걱정 등이 이 여성으로 하여금 정신적인 긴장을 늦추지 못하도록 했고 항상 마음 속 한구석에 포승줄이 되어 그 여성의 마음을 조여 왔던 것이다.
면담이 끝난 후 소량의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처방했고 1주일이 지난 다음에 다시 면담실에 들어섰을 때는 전혀 다른 얼굴 표정이었다. 소화불량과 상복부의 불쾌감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50대의 이 여성은 소위 말하는 ‘신경성 위장병’인 것이다. 신경성 위장병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자율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되는 위장 장애를 말한다. 현대인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직면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러 가지 반응이 일어난다.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의 반응은 사람이 ‘적’을 만났을 때 대처하는 반응과 유사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그에 맞서 싸우거나 도망을 가야만 한다. 우리 몸이 ‘전투태세’를 갖추게 되면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의 기능이 증가되고, ‘전투’에 별 쓸모가 없는 소화 기관의 기능은 일시적으로 감소되게 된다.
그 결과 심장 박동이 갑자기 증가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또한 땀이 나며 피가 머리와 몸통으로 집중되는 등 전투력을 혈관 계통으로 총동원하게 된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신체 기관인 소화 기관으로의 혈액 순환이 감소되어 소화 기능은 떨어지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것이 이와 같은 원리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위장관 기능도 만성적으로 저하되어 막연한 소화불량과 상복부의 불쾌감이 지속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소화 기능을 촉진시키는 약물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위장 장애를 일으킨 근본적인 스트레스가 무엇인지를 밝혀 내고 그에 대한 적절한 심리적·정신적 상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신경성 질환이란 우리의 ‘신경을 예민’하게 하고 ‘신경 쓰이게’ 만드는 심리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을 의미한다. 정신과적 질환도 내과적 질환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질병일 뿐이다.
어떤 사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면 편견이 생기게 된다. 이제는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우리 사회가 떨쳐 버려야 할 때이다.
· 정신과 · 상담전화 : (053)250-7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