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을 짓누르는 만성통증 골반 울혈 증후군
한통계에 의하면 18세에서 50세 사이 여성의 15%가 만성적인 골반통을 겪고 있으며, 산부인과에 내원하는 분의 10~40%가 만성 골반통 때문에 병원을 찾고 있다.
이러한 만성 골반통의 원인으로는 과민성 대장증후군 같은 소화기계나 비뇨기계 질환일 수 있지만, 산부인과에서도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복강내 유착, 난소 종양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검사에도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여성들은 답답함을 넘어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따라서 많은 의사들이 이러한 비특이적인 통증의 원인을 예민한 심리적, 정신적 요인에서 찾기도 한다.
결국 이런 만성 골반통을 호소하나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환자들은 전신 마취하에 복강경을 통하여 복강안을 직접 검사하기도 하는데, 한 보고에 따르면 복강경 검사를 시행하여 자궁내막증(33%), 복강내 유착(24%) 등을 발견하였으나 35%에서는 역시 아무런 병변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최근 이러한 환자의 상당수가 골반 울혈 증후군 환자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골반 울혈 증후군은 골반 내 혈류 감소와 확장된 정맥으로 인하여 만성적인 골반통을 호소하는 질환으로서 1949년 Taylor가 처음 주장하였다. 즉 하지 정맥류와 마찬가지로 난소정맥의 이상으로 인하여 골반내의 정맥혈이 원활히 흘러가지 못하면 자궁과 난소 주위의 혈관 직경이 점차 늘어나면서 피가 저류되게 되며, 장시간 서 있거나 성관계를 가진 후에 자궁주위의 울혈이 더욱 심해져 통증이 생긴다. 골반 울혈 증후군은 심한 스트레스 후에도 골반통을 일으키므로 정신-신체적 질환의 일종으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나 최근에는 확장된 혈관이나 혈류 감소를 진단하는 것이 용이해지면서 새로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발병 위험요인으로는 다산부, 하지 정맥류가 있는 분, 후굴자궁을 가진 분, 과거 부인과적 수술을 받은 적이 있거나 자궁내 피임장치를 사용하는 분, 다낭성 난소 증후군, 호르몬 장애가 있는 분들이다.
골반 울혈 증후군이 주로 다산부에서 발병하는 것은 임신시 혈류량이 60% 정도 늘어나므로 이로 인하여 난소정맥 부전증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며, 좌측 난소 정맥은 좌측 신정맥을 거쳐 유입되므로 주로 왼쪽에 자주 생긴다. 또한 여성 호르몬(에스트로젠)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으므로 호르몬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이 호르몬을 억제하면 증상이 나아지기도 한다.
골반 울혈 증후군의 주된 증상은 통증이다. 평상시 묵직한 동통을 느끼다가 복압을 증가시키는 일들 즉, 장시간 서 있거나 걷거나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성관계를 가진 후 심한 통증을 느끼며 가만히 누워서 쉬게 되면 통증이 감소하는 경우가 가장 특징적이다.
또한 성관계 동안 깊게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성관계 후 심한 동통을 호소하는데, 동통은 수시간에서 수일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하여 성기능 장애나 우울증, 불안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요통, 생리통, 생리과다, 불규칙한 생리를 동반하기도 하며, 배가 더부룩하거나 메스꺼움, 전반적인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과 빈뇨, 절박뇨와 같은 비뇨기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하다.
골반 울혈 증후군 환자의 진찰시 난소 부위를 누르면 통증을 호소하며, 회음부, 둔부, 하지 등에 정맥류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 질환의 확진은 정맥 조영술을 통하여 확장된 혈관이나 역류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맥 조영술은 하지 정맥을 통하여 난소 정맥에 조영제를 직접 주사하거나 자궁을 통하여 조영제를 주사하게 되므로 매우 침습적이며 방사선에 노출되는 단점이 있어 초음파,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한 진단으로 대체되고 있다.
초음파 검사상 난소와 자궁 주위에 구불구불하게 확장된 혈관을 발견할 수 있는데 ▷ 4mm 이상으로 확장된 혈관 ▷ 혈류속도가 3cm/sec 이하로 감소된 경우 ▷ 자궁근층내의 확장된 혈관으로 진단하며, 난소는 다수의 난포가 산재해 있어 다낭성 난소 증후군과 유사해 보인다. 또한 CT나 MRI를 통하여서도 골반 정맥류를 발견할 수 있다.
골반 울혈 증후군의 치료는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가 있다. 약물 치료로는 황체호르몬 제제를 복용하거나 성선자극호르몬 유리호르몬 길항제를 주사로 투여하는데 심리 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수술 치료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약물 치료에도 효과가 없을 때 고려되어지며, 난소정맥 결찰술이나 양측 부속기를 포함한 전자궁적출술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중재적 방사선학이 발달하면서 하지정맥을 통하여 골반내 확장된 혈관을 막아버리는 색전술이 시도되고 있으며 좋은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 박준철 교수 /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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