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90%가 마신다는 술! 인류 역사상 술만큼 인간의 희로애락을 같이 한 것은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술하면 간장을 떠올릴 만큼 우리의 건강과도 상당히 밀점한 관련이 있다.
통계수치를 보면 한국 성인의 3명중 1명이 알코올 중독 성향이 있고 약4%가 알코올 중독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군다나 술잔 돌리기, 폭탄주, 회오리주 등 외국인에게 설명하면 그 의미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한국 특유의 음주문화는 가히 한국인의 건강 특히 간장이 얼마나 알코올에 시달리고 있는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러면 술은 우리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술을 섭취하면 대부분 장에서 흡수되어 약98%가 간을 통해 대사되며 약 2%가 폐나 신장을 통해 배설된다. 이렇게 섭취된 술에 의해서 간내효소의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 그리고 술에 의해 생성되는 몇몇 반응성 물질에 의해 중추신경계, 내분비계, 위장관, 간장, 심혈관 등 인체의 주요한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디 이것 뿐이겠는가?
술로 인해 유발되는 질병 치료비, 음주 운전에 의해 유발되는 사고 등 부대효과를 생각하면 그 피해의 정도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아닐까.
알코올성 간장병은 대개 지방간, 간염, 간경변 등으로 분류하며 이 세가지는 단순한 임상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대개 증상이 없으며 간 기능의 가벼운 증가 소견이 보이며 약 1/4에서는 약간의 황달도 볼 수 있다. 예후는 대개 2-4주간의 금부와 고단백 음식의 섭취로 호전되며 이것이 간염, 간경변의 선행요인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성 간염은 발열, 체중감소, 활달, 피로감 등을 호소하나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소수에서는 말기 간부전 소견인 식도 정맥류 출혈, 복수, 간성 뇌종 등의 소견도 관찰된다. 드물게 이러한 환자가 간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특정 약물 또는 처치에 의해 된 것으로 잘못 오인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약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일치되어 무분별한 약물의 복용과 이에 따른 피해도 간혹 경험한다. 이 상태가 계속 진행되면 간경변으로 이행되며 이 경우 대부분이 위에 언급한 말기 간부전 소견 즉 식도 정맥출혈, 복수, 간성, 뇌종, 간세포암, 자발성 복막염, 간신증후군 등이 관찰되나 10-20%에서는 상기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염두에 두어양 할 것은 이런 환자에서 간기능검사를 시행하면 대개 정상을 유지하므로 단순한 혈액검사만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간경변이 진행되어 간암이 동반된 상태에서도 단순히 가 기능이 정상이라 하여 휘파람을 불고 있다가 어느날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 경우도 종종 있어 이러한 알코올성 간장질환이 의심되면 주위의 귀동냥이나 자가진단에 머물지 말고 전문적인 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하겠다.
술을 즐겨마시는 사람으로부터 흔히 받는 몇가지의 질문이 있는데 그 첫째가 과연 얼마정도의 술을 마셔야 안전한가. 즉 간장에 손상을 주지 않는냐 하는 것이다. 물론 간장을 위해서는 금부(今週)는 금주(禁酒)라 외치며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남자는 하루 40g, 그리고 여자는 절반정도가 비교적 안전한 양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면 알코올 40g이 과연 얼마냐하는 궁금증이 생기는데 4% 맥주를 기준으로 하면 1,000ml(500cc 큰잔으로 두잔), 맥주 두배의 도수를 가지는 막걸리는 약 500ml, 그리고 25% 소주는 160ml(반병), 40% 위스키는 100ml(싱글 2.5잔) 정도로 생각하면 대충 맞겠다. 그리고 위험한 양은 이 양의 3배 이상을 섭취하는 경우이며 하루 160g을 20년이상 섭취하는 경우에 약 반수에서 간경변이 발생한다.
어떤 안주와 같이 먹으면 간에 덜 해로운가?라는 질문 또한 많이 받는데 "저지방 고단백'이 가장 이상적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지방분의 과다섭취로 지방이 간에 축척되며, 또 지방 자체가 비만의 원인이 되어 알코올로 인해 생긴 지방간을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
고단백이 추천되는 것은 파괴된 간세포의 재생에 단백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성보다는 저지방이라는 의미에서 식물성 단백질이 더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아무리 안주가 좋다고 하더라도 과음에 의한 간 장애는 안주로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는 술에 강하니까 간장병같은 것은 문제 없다고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술에 약하다는 것은 알코올에 대한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민감한 사람이며 강하다는 것은 이러한 자율신경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알코올 분해 능력은 개인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술에 강하고 약하다는 것과 간장병과는 흔히 전혀 별개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흔히 술은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고 표현한다. 한가지는 약으로서 또 다른 얼굴은 병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나는 임상의사로서 술로 인해 생기는 수많은 병과 이로 인한 가정의 고통은 너무나 많이 접해 왔기 �문에 술을 병이라는 얼굴로 늘 대해 왔으며 지금도 이 마음은 변화가 없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술 또한 인간의 절제가 필요한 기호품인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 황재석 교수 / 소화기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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