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증이나 급성 전격성 간염 등에 의하여 간부전증에 빠진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B형 간염 후에 발생하는 간경화증이 가장 흔하며 최근에는 C형 간염과 알코올 중독에 의한 간경화증도 증가하고 있다.
간은 신체에서 가장 크고, 각종 대사기능에 중요한 장기이며 세 가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첫째, 위장관으로 들어온 음식물이 소화되어 흡수되면 문맥을 통하여 간으로 들어가고, 간은 이 영양분을 꼭 필요한 형태로 변형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여 저장하거나 신체에 필요한 것으로 적절히 분배하는 대사기능을 한다. 그중에서 알부민을 포함한 단백질 합성과 여러 가지 혈액응고 인자를 합성하기도 한다. 둘째, 답즙을 생산하여 소장 안으로 분비시켜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셋째, 흡수된 음식물과 더불어 흡수된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작용을 한다.
간경화증으로 인하여 간부전증에 빠지면 내장에서 흡수된 영양물질을 함유한 혈액이 간을 통과하지 못한다. 간으로 들어가지 못한 혈액이 정체되다가 우회로 혈관들이 발달(collateral circulation)하고 그중 식도정맥류는 대량의 혈액을 토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문맥압력이 증가하고 알부민합성이 저하되어 복수가 차서 배가 불룩하게 된다. 독성물질을 해독하지 못하여 암모니아가 혈액 내에 증가하고 황달이 생기며 이것은 뇌손상을 일으켜 혼수에 빠지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간이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지 대증요법을 통하여 간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소화기내과 의사의 적극적인 관리로 힘들게 버틸 수 있다. 이렇게 간부전에 빠진 환자가 되살아나는 길은 간이식뿐이다.
간부전환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간이식 공여자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비교적 건강하던 젊은 사람이 사고나 뇌출혈 등의 원인으로 뇌손상을 입고 치료받다가 뇌사상태에 빠진 경우다. 이 경우 본인의 평소 뜻이나 가족들의 장기기증 의사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뇌사자의 경우는 장기획득팀이 뇌사자로부터 간 전체를 절제하여 병든 간을 모두 들어낸 다음 이식하는 것이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는 뇌사자의 간을 이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자가 대기 중인 의료기관을 지정해주게 된다. 따라서 뇌사자 간이식을 받기를 원하는 간부전 환자는 미리 장기이식 사무실을 통하여 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을 하고 필요한 검사를 마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를 뇌사기증자를 기다려야 한다.
둘째, 생체부분 간이식 수술이다. 이 수술은 간절제 술기가 발달하고 수술 전후 처치가 향상됨으로써 기증자에게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어 뇌사자 장기기증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급속히 증가하게 되었다. 초기에는 성인기증자(부모)로부터 간의 일부를 자녀에게 이식해 주는 생체 간이식으로 시작해서 근래에는 성인의 간을 성인의 수혜자에게 이식해주는 쪽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왔다. 수술술기와 더불어 방사선영상진단, 수술 후 처치술의 발전이 이 수술을 가능하게 했다. 생체 간이식의 경우도 가족이나 순수 기증자가 수혜자와 함께 장기이식 사무실을 방문하여 필요한 검사와 행정적 서류를 작성하여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부터 승인을 받아 이식을 받을 수 있다.
기증자의 간이 수혜자에게 적절한지 몇 가지 기본적인 조건이 맞아야 한다. 상대에게 수혈해 줄 수 있는 혈액형인가가 기본 조건이다. 그 다음은 간의 크기이다. 뇌사자의 경우 수혜자에 비하여 너무 커서는 곤란하고 생체 기증자의 경우 너무 작으면 곤란하다. 신장이식에서 중요한 조직적합도는 간이식에서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간이식후 거부반응의 빈도는 신장보다는 훨씬 낮다.
수술시간은 대략 10∼15시간 가량 걸린다. 간정맥, 간문맥, 간동맥 및 담도 연결로 이루어진다. 이식받은 환자는 수술 직후 외과 집중치료실로 옮겨 마취에서 깨어나 심폐기능이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 인공호흡기의 보조를 받고 여러 가지 모니터를 통하여 상태를 체크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받게 된다. 대개 3∼7일 집중치료를 받은 후 이식병동의 집중관리실로 이동하여 치료를 받으며 3∼4주간 면역억제제 치료 및 감염방지를 위한 치료 후 모든 간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퇴원한다.
합병증이 발생되면 더 오랫동안 입원이 필요하다. 합병증에는 수술 직후에 있을 수 있는 출혈이 가장 중요하며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감염, 면역거부반응 및 담도계 합병증을 들 수 있다. 담도계 합병증은 중한 합병증은 아니나 가장 흔한 합병증이다. 면역억제제 투여는 한달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줄여가며 이식된 간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6개월 정도 지나면 운동을 포함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간이식수술의 성공률은 95%, 1년 생존율 85∼90%, 3년 생존율은 75∼80% 정도 된다. 최근에는 절제수술이 불가능한 간암에서도 부분적으로 시행하여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 강구정 교수 / 간담췌장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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