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년기 기억장애
2010.02.04 4839 관리자
기억력이 저하된다는 것은 당연한 노화의 과정으로 생각되어 왔기에 암이나 성인병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의 분야였다. 그러나 노인인구가 늘고 치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치매가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중노년기의 환자들이 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치매라는 병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65세 이전에도 기억력 장애 등의 인지기능 저하를 보이는 알쯔하이머 치매에 걸리거나, 기억력은 멀쩡한 듯한데 성격이나 행동의 이상을 보이는 전측두엽 치매의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젊은 치매’의 빈도가 늘고 있어 치매에 대한 자세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노년기 기억장애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건망증이 있다. 30대를 거치며 인간의 뇌세포는 감퇴하기 시작하는데, 뇌세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복잡한 일상과 생활의 스트레스 속에서 뇌는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 호소하고 쉬기 위한 한 방편으로 일시적으로 정보의 검색을 차단하여 기억이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 건망증이다. 즉 기억 창고 안에 있지만 정리가 되지 않아 꺼내오지 못하다가 한참 뒤에, 혹은 힌트를 줄 때 생각나므로 기억이 저하된 듯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건망증은 대개 일회적이며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기억력 감퇴가 대부분으로, 무기력증처럼 하나의 증상일 뿐 질병은 아니다
반면 치매란, 정상적인 인지기능을 가진 성인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전과 달리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장애를 보이는 증상이다. 여기에는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간과 공간 개념의 저하, 계산력의 저하, 성격과 감정의 변화가 포함된다. 치매의 위험인자로는 고령, 여성, 가족력이나 아포지단백 E 등의 유전적 요인이 있다. 교정,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흡연, 심장질환 등의 뇌졸중 위험인자를 가진 경우, 과다한 음주, 우울증, 스트레스, 뇌손상 등이 있다. 65세 이상 노인에서 치매의 유병률이 9.5~13%이며 80세 이상에서는 40% 이상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뇌세포의 퇴행성 소실로 이상단백질이 축적되는 알쯔하이머 병과 뇌졸중에 의한 혈관성 치매가 가장 흔한 치매의 유형이고 이외에도 치료가 가능한 치매가 있다.
그러나 건망증과 초기치매의 경우 증상만으로 명확히 구분하기는 힘들다. 건망증이 반드시 치매로 이어진다고 보지는 않지만, 기억장애가 반복적이고 점차 심해진다면 치매에 대해서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초기 치매의 경우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붙이기도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 의해 기억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듣지만 일반적인 인지 기능은 정상으로 일상생활의 수행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적인 치매검사를 시행하면 나이나 교육수준에 비해서는 인지기능이 손상된 상태이다. 사후 부검한 뇌는 이미 치매의 병적 소견을 보이며, 임상적으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된 후 연간 약 15%가량이 치매로 진행된다고 한다. 따라서 중노년기의 기억장애는 건망증 이외에도 치매의 전단계 혹은 초기치매인 경도인지장애, 즉 젊은 치매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치매의 진단은 환자와 보호자와의 면담에 의해 치매에서 볼 수 있는 증상들의 유무와 정도를 알아내는 데에서 시작된다. 또한 치매는 노인성치매(알쯔하이머병) 외에 뇌졸중, 파킨슨병, 대사성 질환 등에 의해서도 유발되므로 신경과 전문의의 진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후에 혈액검사, 뇌 MRI 혹은 CT를 시행하여 원인 질환들을 감별하게 된다. 다음 단계는 신경심리검사(기억력 검사)이다. 실제로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를 객관적으로 나타내 주고 치료를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치매가 치료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며 보호자들은 더 이상 나빠지지만 않았으면 한다. 단순한 건망증이라면 특별한 약물치료는 없으며 메모를 한다거나 적당히 쉬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매로 진단된 경우 인지기능의 향상과 행동치료에 세계적으로 공인된 약제인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를 사용한다. 토코페롤, 은행잎 성분 약제들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항우울제, 항정신병약제 등도 환자의 증상에 따라 사용하게 된다. 치매의 정도가 경할수록 치료의 효과가 높아 진행을 지연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고 환자와 보호자는 오히려 좋아졌다고 느끼기도 한다. 즉 치매는 암이나 성인병과 마찬가지로 원인에 따라서는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고 조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은,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중요한 질병인 것이다.
중노년기 기억장애는 대부분이 건망증이겠지만, ‘나이 들어 당연한’ 현상으로 여겨 방치하기보다는 경도인지장애 혹은 치매를 고려한 진찰을 받고 경과를 관찰하는 것이, 노년기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이현아 교수 / 신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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